본캐 : 짱삐니 모드 ON/끄적이는 밤

나의 그릇, 그 초라한 다짐에 대하여

jjangbbini 2026. 1. 20. 23:0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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점심시간, 홀로 밥을 먹으며 무심코 시청한 유튜브 영상 속 사연이 가슴을 울렸다.
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던 육군 장병을 위해, 어느 신혼부부가 몰래 밥값을 계산해 주었다는 이야기였다.
종업원을 통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장병은 황급히 뛰어나가 감사를 표했고, 자리로 돌아와서는 생각지도 못한 타인의 온정에 감동하여 울먹이고 있었다.
 
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감수성의 깊이도 더해지는 것일까.
이런 따뜻한 이야기를 접할 때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. 영상을 보며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.
 
"나도 앞으로 작게나마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지."
 
그렇게 내 안의 작은 다짐을 품고 식사를 마친 뒤 회사로 복귀하던 길이었다.
이어폰을 끼고 있어 주변 소음이 잘 들리지 않는 와중에도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.
"식권 한 장만 주세요. 밥 먹고 싶어요." 뒤를 돌아보니, 한 할머니께서 걸어가며 같은 말을 되뇌고 계셨다.
 
"나도 식권 한 장만 주세요..."
 
순간, '어떡하지?' 하는 망설임이 앞섰다. 오가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불쑥 할머니를 챙길 용기가 나지 않았고,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. 선뜻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. 결국 나는 못 본 척 외면하고 회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.
 
10초쯤 걸었을까, 불현듯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. 불과 십 분 전에 한 다짐조차 지키지 못하는 주제에, 어찌 멋진 사람이 되기를 꿈꾼단 말인가. 급히 발길을 돌려 할머니를 찾아 나섰다. 하지만 할머니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. 가셨을 법한 방향으로 달려가 보았지만, 끝내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.
 
회사로 돌아가는 길, 나는 나 자신의 현주소를 뼈저리게 실감했다.
나는 아직 이 정도 그릇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구나, 하고.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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